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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걸어도 숨 차"...생명 위협하는 '심부전' 전조 증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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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은 하루 약 10만 번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혈액을 온몸에 순환시키는 생체 펌프 역할을 한다. 심부전은 이 펌프 기능이 약해지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전신에 혈액 공급이 부족해지고 여러 증상과 합병증을 유발하는 중증 질환이다. 지난 24일 대한심부전학회가 발간한 '심부전 팩트시트 2025'에 따르면 80세 이상에서 4명 중 1명이 심부전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심부전 유병률은 2002년 0.77%에서 2023년 3.41%로, 지난 20년간 4배 이상 증가했다.

문제는 예후가 좋지 않다는 점이다. 심부전 진단 후 5년 생존율은 50~60%에 불과해 일부 암보다 치명률이 높게 평가된다.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질환을 방치하기 쉽다는 점도 위험성을 키우는 요소다. 순환기내과 김용현 교수(고려대학교 안산병원)는 "자동차 엔진이 고장 나면 갑자기 멈추듯, 심장도 문제가 생기면 예고 없이 멈출 수 있다"며 "작은 이상 신호라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와 함께 심부전의 원인부터 증상, 치료법, 그리고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예방 수칙까지 차례로 짚어본다.

심장 펌프 고장이 부르는 전신 위기
심부전(heart failure)은 심장의 수축 또는 이완 기능에 이상이 생겨, 혈액을 온몸으로 충분히 내보내지 못하는 순환기 질환이다. 정상적인 심장은 좌심실이 규칙적으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폐와 전신에 혈액을 안정적으로 공급하지만, 심부전이 발생하면 이 펌프 기능이 떨어져 혈류가 부족해지고 다양한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

심부전은 좌심실 기능 패턴에 따라 '박출률 감소형 심부전(hfref)'과 '박출률 보존형 심부전(hfpef)'으로 구분된다. 이는 좌심실이 한 번 수축할 때 내보내는 혈액의 비율인 '좌심실 구혈률(ef)'을 기준으로 한다.

hfref는 ef가 40% 이하인 상태로, 심장 근육이 손상돼 수축력이 떨어진 상태이다. 대표 원인은 심근경색으로, 관상동맥이 막혀 심근이 괴사하면서 펌프 기능이 급격히 저하된다. hfpef는 ef가 50% 이상으로, 겉보기에는 수축 기능이 정상처럼 보이지만, 심장이 딱딱해져 충분히 늘어나지 못하는 '이완 장애'가 특징이다. 대표 원인은 고혈압으로, 지속적인 혈압 부담 때문에 심근이 두꺼워지고(좌심실 비대) 탄성이 떨어져 혈액을 받아들이는 용량이 감소한다.

심부전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는 고령화가 꼽힌다. 김용현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심장 근육이 약해지고 탄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여기에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흡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심부전 위험이 더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생활습관 변화도 심부전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활동량 감소, 장시간 앉아 있는 생활, 고열량·고지방·고당식의 증가 등은 비만을 유발하고, 비만은 다시 고혈압·당뇨병·지질 이상을 악화시켜 심장 기능을 부담시킨다.

김 교수는 "이러한 생활습관과 대사질환이 서로 얽히면서 심부전을 포함한 심혈관 질환 전반의 발생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갑자기 체중 늘고 부종·호흡곤란 느껴지면 의심
심부전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침묵의 질환'으로 불린다. 혈액이 제대로 순환하지 않으면, 불필요한 곳에 체액이 쌓이고 필요한 장기에는 혈액 공급이 부족해지지만, 어느 임계점을 넘기기 전까지는 환자가 이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그 임계점을 넘는 순간, 그동안 잠재돼 있던 증상이 한꺼번에 드러나며 갑작스럽게 병이 시작된 것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김용현 교수는 "급성 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몸이 보내는 작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며 대표적인 전조 신호 세 가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① 별다른 식습관 변화 없이 체중이 급격히 늘어나는 경우
② 발등이나 정강이를 눌렀을 때 들어간 자국이 오래 남는 '함요부종'
③ 평소보다 활동 시 숨이 더 차는 호흡곤란 증상

이러한 변화는 일시적인 불편이 아니라, 심장이 충분히 혈액을 내보내지 못해 체내 수분이 정체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갑작스러운 체중 증가는 수분 축적을 의미하며, 함요부종은 다리에 몰린 혈액이 정체되면서 정맥 내 압력이 상승해 수분이 조직으로 빠져나올 때 나타난다.

호흡곤란은 폐로 가는 혈류가 막혀 물이 차는 '폐울혈'로 인해 발생하며, 이로 인해 산소 교환이 어려워져 숨쉬기가 힘들어진다. 눈에 띄지 않는 작은 변화라도 심장이 보내는 도움 요청일 수 있는 만큼, 조기에 알아차리고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인에 따라 치료 전략 달라…'sglt2 억제제', 모든 심부전에 효과
심부전을 치료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김용현 교수는 "심장은 관상동맥, 심장판막, 심장근육, 전기전도계 등 여러 구조가 정교하게 협력해 작동하는 장기이기 때문에, 어느 부위에 문제가 생겼는지에 따라 치료 전략이 달라진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심장초음파는 핵심적인 진단 도구로 활용된다. 특히 좌심실이 한 번 수축할 때 내보내는 혈액의 비율인 '좌심실 구혈률(ef)'은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다.

'박출률 감소형 심부전(hfref)'에서는 수축 기능을 회복시키거나 악화를 막는 약물 치료가 중심이 된다. 필요 시 삽입형 제세동기(icd)로 급사를 예방하고, 진행된 환자에서는 좌심실 보조장치(lvad)나 심장이식까지 고려한다. '박출률 보존형 심부전(hfpef)'은 수축 기능을 직접 개선하는 약물은 제한적이다. 대신 혈압·부정맥·부종·대사질환 등 악화 요인을 조절하는 치료가 중요하다.

심부전 약물 치료는 오랫동안 신경·호르몬 활성을 차단하는 약물이 중심이었다. ace 억제제(acei),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 베타차단제, 알도스테론 억제제는 hfref에서 표준 치료로 자리 잡았다. 김 교수는 "최근에는 sglt2 억제제가 심부전 악화와 재입원 위험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대규모 임상연구에서 확인되면서, 모든 심부전 환자에게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약물은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혈당과 무관하게 심부전 자체의 악화를 막아 hfref뿐 아니라 hfpef에서도 치료 이득이 입증됐다. 김 교수는 "당뇨병을 동반한 환자에게는 혈당 조절 효과까지, 비만 환자에게는 체중 감소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 임상적으로 도움이 크다"고 덧붙였다.

저염식·규칙적 운동·체중 관리 필수..."겨울철엔 더 주의해야"
심부전 환자가 일상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염분 섭취 조절이다. 심부전의 대표적 증상인 전신 부종과 폐에 물이 차며 발생하는 호흡곤란은, 염분을 많이 섭취할수록 쉽게 악화된다. 김용현 교수는 "수분은 염분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저염식을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부종을 줄이고 심부전 악화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겨울철에는 운동량이 줄고 체중이 증가하기 쉬워,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기온이 낮아지면 혈압과 혈당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어 심장에도 부담이 커진다. 매일 혈압·혈당·체중을 꾸준히 확인하고, 중강도 이상의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또한 겨울은 감기, 독감, 폐렴 등 호흡기 감염이 잦은 시기다. 이런 감염은 심부전 증상을 쉽게 악화시킬 수 있다. 김 교수는 "독감백신과 폐렴백신을 반드시 접종하고, 손 씻기·마스크 착용 등 기본적인 감염 예방 수칙을 실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와 같은 생활습관 개선은 심부전 환자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중요한 심장 건강 수칙이 된다. 일반인 역시 저염식, 규칙적인 운동, 혈압·체중 관리, 금연과 절주, 충분한 수면 등을 실천하면 심부전은 물론, 다양한 심혈관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